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기우들을... ㅎㅎㅎ
제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조심성없이 건드린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저 답지 않은 글을 쓴 것도 맞습니다. 저 답다 아니다를 따지지 않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은 분명하죠.
객관적으로, '개발자가 이런 정도면 너무하잖아~' 라는 일반적인 기준도 없이 그냥 일부 개발자들을 비난한 셈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건대 절대적으로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제가 대충 쓴 글에 거의 해당되지 않습니다.
역시 기준이 문제가 되죠. 도대체 어느 정도를 무성의하고 열의 없는 개발자로 볼 것이냐, 하는 거 말입니다. 제가 이번에 그랬듯이,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면 열심히 하는 편이고 또 어느 정도면 참을 만하고 어느 정도면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이냐, 객관적인 기준이란 아마 있을 수가 없겠죠.
약간 프리한 분위기의 회사였다면 충분히 열의있는 개발자라고 평가받을 사람이라도 더 타이트하고 불튀기는 경쟁 조건의 회사에서는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나태한 개발자'라고 욕을 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 기준으로 하위 5%만 드랍시키면 전체 수준이 올라가지 않냐' 라는 이상주의적이고 절대주의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분명히 우리 개발자들의 주변에 다른 다수 성실한 개발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평판을 떨어뜨리는 정말 일부의 악성(?) 개발자들이 있는데도 계속 방관만 할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마..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글을 읽는 모든 개발자분들은 제가 말한 문제있는 개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양심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스스로 찔리는 데가 있는 개발자라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회사의 분위기나 어떤 경우에 따라서 불성실에 해당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한 그런 분들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도저히, 정말 도저히 개발자라고 봐줄 수가 없는, 어이없는 수준을 말하는 겁니다. 아마 각자 어려운 개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여기 대부분의 개발자분들은 이런 사람을 거의 본 적도 없을 겁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말이죠.
코딩을 하는 그 순간에도 자기도 별로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를 줄줄줄 낙서하듯이 타이핑해놓고 컴파일되면 손 놓습니다. Copy&Paste도, 이해를 했던 코드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뭐하는 코드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가져다가 턱 베껴놓고 컴파일만 되면 끝입니다. 그러고는 고객 혹은 실무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서야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수정이 될 턱이 없습니다. 자기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이핑만 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건 버그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됩니다. 수차례, 수십차례 수정 요청을 하다가 결국 고객, 실무자 쪽에서 포기합니다.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결과적으로 대충대충 코드들을 갖다붙이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럴 의지도 없고 필요도 느끼지 않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하고 고민하지 못하는 개발자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간 탓에 대충 만들었던 예전 코드 때문에 고민하는 개발자들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충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극소수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명백한 자신의 잘못을 사용자의 잘못으로 뒤집어씌우고 그걸 당연하다고 우기는 일부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역시 함부로 글쓰기에는 어려운 문제네요.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양심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더 양심적인 개발자일 수록 더 찔리는 데가 많을 거고, 그런 분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문제있는 개발자들은, 아마도 개발자 커뮤니티는 아예 가보지도 않을 겁니다. (물론 개발자 커뮤니티에 들락거려야만 쓸만한 개발자라는 역명제는 전혀 성립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을지 아닐지, 다른 개발자들은 어떨지 그런 고민조차도 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왕대박 님이 쓰신 글 :
: 임프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딴지거는 것은 아닙니다. ^^
: 예전에 임프님이 쓰시는 글에는 온화함이 있었는데,
: 이번 글에는 약간은 과격~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 사실, 임프님의 열정은 저에게 부러움이면서 한편으로는 상위에 있는 존재, 따라갈 수 없는 대상이었지요.
: 그져 고만고만한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기위해 이런 저런 류의 노력을 해보지만,
: 현실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더군요.
:
: 지난 일요일 전경련회관에서 오랜만에 세미나가 있어서 갔습니다.
: 화려한 back-trace debug 기법와 stack을 이용한 debug 및 해킹기법들,
: 레지스터 구조의 구조적한계로 인한 인자수 제한을 통한 최적화 방법에 대한 고찰~ 등등
: 그져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 사실 몰라도 프로그램하는데는 큰 지장은 없었죠.
: 어느 툴이건 대충은 디버깅 가능하고 컴파일러를 믿고 최적화를 맡기면 되니까요~
: 그러나,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서 깊은 지식과 다양한 활용법을 제시한다는 자체가
: 충격 그 자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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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프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 항상 연구해야지.. 하는 마음은 있답니다.
: 그리고, 현실은 현실이니...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잖아요.
: 살면서 돈받고 일하는데, 욕않먹는 것만 해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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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연구해서 모자람을 채우기엔 기다려주지 않고,
: 배우고 싶지만, 지식을 나눠줄 사람도 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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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하는 의미로 이번 주말에는 책 한권사서 더 보겠습니다.
: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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