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잘 다녀오세요.
제 인생을 두번 산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은 경험이자, 또 한편으로는 가장 귀중한 기억중
하나도 바로 군대였습니다. 동기들 다 제대하는 것까지 보고 다늙어서(?) 입대하는 바람에 사소한
실수로도 한참 어린 녀석들에게 수모도 참 많이 겪었고, 천신만고 끝에 전산병으로 뽑혔다가
입 한번 잘못 놀리는 바람에 인사행정병으로 제대때까지 인사명령서와 숫자들에 파묻혀살았었습니다.
제대하고 나면 가장 괴로운 일이 잠자다 입대하는 꿈을 꾸는 거죠.
보통 제대하고 1년 정도가 되면 군대 꿈은 안꾸는데, 저는 지금도 잊을만 하면 가끔 꿈을 꿉니다.
제대 환송회 끝나고 버스타고 부대를 나오는데, 버스가 역으로 가지 않고 인근 다른 부대로 가서
신병이라고 저와 제 동기들을 내려놓는 겁니다. --;;;;
사실 군대가 그렇게 못살 곳은 아니니까 지레 겁을 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짬도 좀 먹고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군대도 그냥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됩니다.
저만 해도, 제대할 때 행정관(선임하사)이 말뚝박으라고 슬슬 꼬드기는데, 꽤 유혹을 느꼈었습니다..
물론 사회에서처럼 미친넘처럼 날뛰는 고참이 하나씩 있게 마련인데, 뭐 이런 넘들은 약이 없으니까
그냥 되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요. (제 경우에는 상병까지 참고 지내다가, 병장 달구 나서 살짝
따로 불러 내서 박살내버렸슴다..)
부대에 따라 좀 다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겁먹고 바짝 긴장하고 살 기간은 기껏해야
3~4개월 정도입니다. 그정도가 지나고 나면 익숙해집니다. 1년쯤 지나고 나면, 탈영 한가지 빼고는
사병이 해서는 안될 일은 다하게 됩니다. --;;
가급적 특기병, 그러니까 전산병으로 뽑히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나마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경력으로
인정되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논산에서는 선발 방법이 좀 다를텐데, 제가 입대할 당시에 102보충대
입소자원은 입소후에 특기병을 선발했습니다. 그냥 특기병 선발한다고 할 때 자원하면 되구요.
제 때는 간단한 시험을 쳤었습니다. 대체로 전산개론 정도의 수준이라 고만고만한 문제들이었는데,
알고리즘 문제로 퀵소트랑 뭐였더라? 두가지 정도를 직접 종이에다 코딩해봐라.. 뭐 그런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살다가 조국의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귀국하는 그런 열혈 애국청년이 못됩니다.
합법적으로 안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안갔을 겁니다. 그래서 아래 류진주님처럼 좀 얄밉게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뭐 할말은 없습니다. 일전에 같이 일하던 한살 연배의 모 업체 사장은
약한 간염보균자였는데, 간염으로 면제받기 위해 숱한 고생을 다 해가며 결국 면제를 받았다고 하던데,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얼굴이 미워보이기도 했습니다만 뭐라고 할 수는 없더군요.
그래도, 자신있게 말하건대 군생활은 해볼만한 경험입니다.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도 배우고, 또 인생 경험이 적다면 노동의 기쁨도 배우게 됩니다.
전쟁영화에서처럼 총알을 서로 다투어 맞지 않아도(?) 단지 초코파이 하나를 나눠먹고 꽁초 하나를
나눠피우는 전우애가 그토록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 몸은 상하지 않아야 합니다.
군대에서 상하고 대충 치료한 것은 제대후 사회에서는 갖은 의술로도 거의 회복이 안됩니다.
그러니 부디 몸조심하세요. 하지만 너무 몸사리다가 쿠사리먹을 필요까진 없습니다.
군대에 가보시면 사람의 몸이 그렇게 쉽게 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제대하실 때는, 군대에서 보낸 2년2개월보다 몇곱절 더 성숙하고,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2년간 쌓아놨던 꿈들을 가슴에 가득 담구요.
돌아오셔서는 가장 다짐했던 꿈 한가지는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노래 한곡 올립니다. 입대하시면 마르고닳도록 듣고 부르게 될 노래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들으니 감개가 정말 무량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