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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1208] 후지무라 사건...
박지훈.임프 [cbuilder] 2538 읽음    2005-12-09 04:27
지난 2000년, 그러니까 별로 몇년도 안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기억하실 분도 있고, 바쁘게 사시느라 잊어버렸거나 소식을 듣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후지무라 사건이란 후지무라라는 일본 사람이 81년부터 2000년까지 연달아 구석기 시대 유물을 발견해내면서, 일본의 인류 발굴 연대를 그때까지의 정설이었던 3만년으로부터 무려 70만년 전으로 끌어올렸던 일입니다. 자국의 고대 역사의 줄기를 끝도 없이 늘려가며 한없이 자존심을 높여주었던 후지와라, 일본 언론과 동료 학자들, 그리고 국민들은 열광했습니다. 혼자서 줄줄이 혁혁한 성과를 내놓으니, 일본 고고학계에서 '신의손'이라고까지 불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그 혁혁한 전과들이, 2000년 11월 한 신문사 마이니치의 추적보도로 인해 완전한 날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그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유물들을 몰래 파묻는 장면과, 5일후에 그 자리에서 70만년전 유물을 파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사진을 함께 보도하면서 사기극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차례로 그의 놀라운 성과들이 연이어 모조리 날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급기야 당사자인 후지무라가 직접 사기극을 시인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15000/2000/021015000200011150334041.html
http://www.donga.com/fbin/moeum?n=dstory$f_92&a=v&l=4&id=200212110213

그 소식을 전해들었던 전세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본이라는 나라, 즉 사기극에 넘어가 열광했던 일본의 학계, 언론, 국민 전체를 비웃었습니다. 사실 후지무라의 사기극을 밝혀내는 것은 십수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수십만년이라는 시간을 속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과학적 검증만 했더라면 그런 사기극은 쉽게 밝혀졌을 것이고 일본 전체가 망신을 당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그 사건을 밝혀낸 것이 일본 자국내의 언론사였기에 다행이지,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학계나 언론사에서 밝혔더라면 일본의 망신은 몇배 더했겠지요.

이쯤되면 제가 왜 갑자기 희대의 사기극 후지무라 사건을 빗대어 글을 쓰고 있는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지금의 황우석 교수 논란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날조, 사기극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MBC의 PD수첩을 옹호하려는 생각도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애국심이 모자라서, 혹은 제가 좌파라서도 아닙니다. 정말 국익을 위한다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의혹에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지금의 엄청난 줄기세포 파동에 대해 국민 여론이 황우석 지지로 90%가 넘는다는 설도 있고 80%가 넘는다는 설도 있더군요. 아니, '황우석 지지 여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겁니다. 조국 대한민국의 대표 과학자로서 그의 혁혁한 업적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 국민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겠습니까? 내일 이민가려고 짐싸던 사람이라도 황우석교수의 눈부신 성과를 들으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중요한 일에 논리적인 의혹이 제기되면 그것은 당연히 검증되고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익과 관련될 수록 또 그 중요도가 크면 클 수록 검증의 필요도 더 커집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중요한 일일수록, 차후에 오류가 발견될 경우 입게될 국익의 손상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PD수첩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고, 관련자들이 대기발령되고 프로가 중단된 것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에게 검찰수사 운운하면서 협박을 동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치명적인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이 PD들이 연구원들을 협박한 것입니까.

이번 사태의 시발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을 냉정하게 바라봅시다. PD수첩에서 먼저 연구원에게 접근해서 협박을 한 것이 아니라 연구원이 먼저 제보를 했습니다. 그래서 취재가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황우석 죽이기를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는 억측은 아예 말도 안됩니다. 후속 보도가 불발되어 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연구원이 무언가 PD수첩측에 내부고발할 것이 있어 PD에게 제보를 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PD수첩의 검증에 대해서. PD수첩과 황교수팀은 의혹에 대해 말끔히 해소하도록 검증을 하자는 데 합의를 했고 그 합의 내용대로 검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1차 검증의 결과 PD수첩측에서는 오히려 의혹이 더 커졌다고 판단하고 2차 검증을 제안했고 황교수팀도 다시 서면으로까지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교수팀쪽에서 입장을 바꾸어 2차 검증을 거부했습니다. 황교수팀에서는 PD수첩이 검증을 의뢰한 몇군데 기관의 조사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2차 검증이 뒤따라야 했던 것은 뻔한 일입니다.

황교수팀에서 언론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어서(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순수과학자가 언론을 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찜찜합니다만)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여기저기 살펴본 것으로는 같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의혹의 불길이 엄청나게 커져가고 있습니다. 아니, 의혹이라기 보다는 단정적으로 조작되었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재미있는 것은 학문적으로 황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은 적지 않은데 없다고 단정하는 학자는 아직 못본 것 같습니다.

물론 황교수의 논문을 실어주었던 사이언스가 황교수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기는 합니다만, 알려진 바로는 사이언스는 황교수의 두번의 논문 중 이번 논란이 되고 있는 2005년 논문은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경쟁잡지인 네이처로부터 공격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지라 명백한 오류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사이언스로서는 황교수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적인 면도 있습니다.

최근 며칠간 의혹의 핵심이 되고 있는 몇가지 문제들 중 언론을 통해 비교적 알려진 건은 현미경 확대사진일텐데요. 사이언스에 게재된 사진들 중 두개의 세포 사진이 사실은 같은 사진이라는 거죠. 황교수측의 해명에 따르면 단순 실수이고 실수를 한 당사자는 황교수측이 아니라 섀튼 교수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먼저 섀튼 교수는 자신은 황교수측에서 보내준 사진을 사이언스쪽에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고요. 또 알려진 것처럼 만약 단순히 같은 사진이 두번 게재된 실수의 문제라면 어떻게 사진가 이미지 에디터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찌그러져 있을 수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황교수팀의 답변은 전혀 해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진을 전달하더라도 도대체 전달 과정에서 이미지 파일이 아래위로 축소될 수가 있습니까?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이를 재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에 같이 실린 척도 부분은 사이즈가 바뀌지 않고 사진의 내용 부분만 바뀐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더욱이 알려진 사진 하나 외에도 이렇게 중복된 사진은 추가로 더 있어서, 총 다섯개의 사진이 같은 사진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제 눈으로 봐도.. 아무리 봐도 같은 사진입니다. 황우석교수의 2005년 논문의 가장 큰 성과가 줄기세포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인데, 성공했다는 11개중에 이미 황교수가 이번 논란중에 스스로 정정한 네개가 빠져서 7개가 된 상황에서, 다시 다섯개가 빠지면 두개밖에 안남습니다. 결국 애초 논문의 주제로 보면 논문이 논문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 논란에 대해 쉽게 풀어놓은 글이 아래에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reader_opinion/opinion_view.asp?no=262822&rel_no=1&code=652539

솔직히 이렇게까지 데이터가 엉망인 것을 보면,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기로는 황교수측에서 조작했다기 보다는 누군가 스파이가 있어 고의적으로 데이터를 훼손하고 연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데이터의 심각한 오류를 보면 최고의 드림팀인 황교수팀에서 어떻게 이렇게 엉망인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겁니다.

게다가 비교를 위해 체세포와 줄기세포 DNA 지문을 비교한 자료에서는, DNA 지문 검사의 특성상 여러 이유로 같은 체세포라고 해도 피크의 위치만 일치하지 피크의 높이나 노이즈 등은 검사할 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황교수가 제출한 자료에서는 서로 다른 두 세포의 데이터가 너무나 깨끗하게 일치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여러명 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CSI에서 높이가 완전히 달라보이는데 피크의 위치만 가지고 동일인이라고 감정하는 장면을 여러번 봤습니다) 이 건은 오늘(8일) 저녁에 YTN에서도 보도를 했습니다.

이러니 서울대의 일부 소장과학자들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총장에게 건의했다고 합니다. "데이터의 상당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로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는 정도로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점잖은 교수님들께서 선배이자 국내 최고의 과학자로 추앙받는 황우석교수의 논문에, 그것도 황우석교수가 병원에까지 드러누울 정도로 치열한(?) 공격을 받은 직후에 이의를 제기한 정황을 감안하면, 그 의심의 강도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51208231533

이번 논란 관련으로 생물학도들의 의견은 다음의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황교수의 논문에서 의혹이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진행되었고, 사실 PD수첩 이후로 새로 제기된 여러 의혹들은 대부분 이 게시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작 가능성을 논하는 정도가 아니라, 조작된 것이 틀림없다는 쪽으로 거의 의견이 모아져가는 상태입니다.
http://gene.postech.ac.kr/bbs/zboard.php?id=job&page=1&select_arrange=headnum

저도 한국사람입니다. 황우석교수의 눈부신 성과에 다른 4천6백만 국민들과 똑같이 환호했던 사람입니다. 몇년 전에도 여기 게시판에 썼듯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실망스럽다고 이민을 생각한다고 해도 저는 이나라를 사랑하기에 못떠나는 사람입니다. 이 나라에 대해 실망하는 글들을 보며 열심히 끙끙대며 그래도 희망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놈입니다. 무슨 음모 세력의 앞잡이도 아니고, 알바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확실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누구도 더이상 의혹을 제시하지 못할 만큼 확실한 검증을 해서 의혹이 풀리면 더없이 좋은 것은 분명하겠지요. 만약 그 검증에서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유사 이래 최대의 충격에 휩싸이겠지만, 그래도 외국으로부터, 또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밝혀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후지무라 사건을 예시한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사기였던 후지무라 사건과 직접 비교할 사건은 절대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지금 의혹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어도 처음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2004년 논문에는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그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2005년 논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결론이 어떻게 나든, 지금 이 황우석 논란의 진행은 제게 후지무라 사건을 계속 연상킵니다. 학계가 검증을 미루고 비전문가인 언론과 국민들이 맹신하고 일방적으로 편듦으로써 (진실이든 조작이든) 사건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입니다. 전혀 조작이 아니고 모두 진실이라고 해도 애초에 황교수팀이 PD수첩과 약속했던 2차 검증을 실시했다면 단 며칠만에 논란이 종식되었을 것이고, 적어도 PD수첩 피디들도 짤려도 맘 편하게 짤렸을 겁니다.

아니.. 제 입장에서 그 검증의 결과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국민들이 이 논란을 바라보는 자세입니다. 일부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 기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댓글들의 내용들이 똑같습니다. '기자 니가 전문가냐 까불지 마라'라든지... 'xxx기자 너 죽여버리겠다'라든지... '너 매국노다'

이번 사태의 단서를 제시한 것도 황우석팀의 일원인 연구원이었고 지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기자 자신이나 비전문가가 아니라 동종 업계인 생명과학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과학자들이 과학의 본질은 의심하고 그 의심으로부터 탐구하는 것이므로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압도적 다수인 국민들이 끼어들어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명시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진실이고 뭐고 국민 다수가 맞다고 믿으면 그게 맞는 것이다, 입닥쳐라'

다른 많은 분들도 언급하듯이, 믿음에 의거한다면 과학이 아니지요. 정치나 종교죠. 그래서 심하게는 이런 비꼬는 표현도 나오더군요. 황우석교수가 아니라 황우석교주라고. 비전문가인 기자는 찌그러지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기자가 인용한 학자만큼은 커녕, 언론을 통해 들은 황교수측의 발표 내용 외에는 전혀 근거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기자들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황교수가 생명공학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그도 실수할 수 있고 과장할 수 있는 '인간'인데, 위대하신 황교수의 한마디면 나머지 생명공학자들은 몽땅 찌그러져야 한다는 신념, 이걸 어떻게 맹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압도적인 국민들의 맹신이,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너무나 압도적인 맹신이, 과학자들의 말문을 닫고 있습니다. 집중 공격을 받은 생명공학 전공이라는 네티즌이 어느 댓글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 이름을 밝히고 반박하면 국민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학계에서 매장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밝히느냐. 이렇게 정당하게 '말을 해야 할' 학자들의 입을 억지로 막고 있는 것은, 황우석교수도 아니고 조중동도 아니고 바로 국민들의 맹신입니다.

바로 두어달 전의 다른 사건을 예로 들어봅시다. 벌써 반쯤 잊혀진 거 같지만, MBC의 이상호기자가 국정원의 도청테이프를 입수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었지 않습니까. 수백개의 도청테이프를 손에 쥔 검찰은 아직도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도청 테이프니까... 어쩌구 하면서 테이프 내용의 공개를 한사코 막고 있지만,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도청테이프의 공개를 원했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졌든 뭐든 도청 테이프의 내용, 그 진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들은 어떻습니까. PD수첩이 협박으로 취재를 했다, 거기서 논의를 중단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PD수첩 기자들이 협박까지 해가면서 알아내려고 했던 그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이 어떻든, 지금 믿고 있는 핑크빛 미래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 겁니다.

또 한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근거가 있다고 하기보단 제 개인적인 느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신 공격성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느낌이라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황우석교수의 언행을 볼 때, 솔직히 순수한 학자의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더군요. 웬만한 정치인보다도 언론 플레이에 능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장의 말을 인용하면, 그동안 황우석교수가 인터뷰에 응한 언론사는 조선, 동아, 연합, KBS, YTN 뿐이랍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엄청난 국가적인 논란의 시국에, 어떤 언론사가 황우석교수와 인터뷰하기 위해 몸이 달아있지 않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황교수와 접촉하려고 애를 쓸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한칼한다는 언론사만도 수십개인 우리나라에서 이들 다섯개의 언론사만이 인터뷰를 따냈다는 것은 그 역시 의혹의 여지가 있습니다. 황교수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고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뭐 당연하지 않냐, 하실 수도 있지만... 언론을 이용할 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은 이러기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정말 답답한 입장이라면요.
한달쯤 전에 이 사건과 관계가 없는 한 기사를 봤는데... 납북자 가족 단체의 회장인 여성분이, 여러해 동안 호소하기 위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다보니 인터뷰 기사가 나갈 때마다 보수쪽 혹은 진보쪽 논리에 이용되어 이상하게 변질되더라는 하소연을 했더군요. 황교수와 인터뷰에 성공한 이들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황우석교수에게 우호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순수한' 보통 사람이 억울한 상황에 몰렸을 때 어디가 우호적인지 어디가 적대적인지 분석하면서 언론사를 골라가며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됩니다. 저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바람에 바라지도 않게 IT쪽 언론사와 여러번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솔직히 인터뷰하자고 하면 황송했을 뿐이지 제가 좋아하던 언론사와 좀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언론사를 구별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무료배포 신문에서 황교수의 드러누운 사진을 봤을 때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각종 의혹들 처럼 이것도 우연일 수 있지만, 황교수가 그렇게 적당히 기른 수염과 함께 병원 침상에 누워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억울한 공격을 받고 치명타를 입은 순교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네, 이 논란이 진실이건 조작이건 마찬가지로 그가 입었을 심리적 타격은 엄청났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 그냥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전형적이었기 때문에 제 의심많은 눈에는 연출의 가능성을 자꾸 상기시키더군요.

황우석교수가 대단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한두번이 아니라 이번 논란이 시작된 후 언론에 직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였습니다. 아, 제가 아주 눈이 비뚤어진, 가자미에 가까운 편협한 인간이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진심으로, 솔직히 시인합니다. 하지만.. 안그래도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이런 개인적인 느낌의 문제를 말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폭격을 맞을 거란 거 압니다만, 괜히 한대 더 맞더라도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할 만큼, 순수한 학자라는 그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언론플레이의 대가가 아닌가 하는 느낌은 제게 너무나 이질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이런 압도적인 맹신의 분위기에서 대세를 거스르는 소신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회사의 팀 부하 직원들에게조차 제가 황우석교수에게 의혹을 가지고 있는지 들킬까봐 조심했고, 집사람과 같이 퇴근하면서는 지하철 안에서 제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지하철 안의 다른 사람들이 듣고 제게 해꼬지라도 하지 않을까 벌벌 떨면서 조용히 소근거렸습니다. 위의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서도 신원이 알려져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한 분의 신원이 노출되어 소동이 벌어지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압도적 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소신을 쓰지 못한 제 자신이, 그리고 본격적인 반론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금에야 제 자신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놓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 글은, 이 글을 읽는 누구에게든 제 의견에 동조해달라고 쓴다기 보다는, 단지 제 자신이 아주 조금이나마 부끄러움을 씻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지금과 같은 글을 쓰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고, 황우석교수의 논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다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제 결론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전혀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진실이든 아니든 사회가 타당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압도적인 숫자만으로 눌러버리는 이런 광적인 사회 분위기에서는, 누구라도 입을 열어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총대를 매는 사람이 제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마 이 포럼 안에서도 제 의견이 심히 못마땅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하나의 주장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합리적인 반론을 하기보다는 글에서 한두 문장만 잘라서 꼬투리잡아 패대기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만약 제 글에 엄청난 분노를 느낀 어느 한 분이 이 글을 퍼다가 다른 게시판에 올린다면 이 글의 댓글로 테러에 가까운 엄청난 욕설들이 달릴 수도 있을 겁니다. 역시 걱정은 많이 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습니다.
civilian,안영제 [civilian]   2005-12-09 19:46 X
민감한 사안이라... 다른데로 퍼나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글의 내용과 무관한 인신공격을 너무 많이 봐온터라...
박정진.바보 [reilover]   2005-12-09 22:43 X
장문의 압박으로 조금 힘들었습니다만..^^;
그 후지무라 사건 저두 들어봤던 이야기군요. 그이야기 듣고는 저도 참 황당했었습니다.
그런 사기극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그 사건은 그 사건이고 실제로 전 PD수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의혹이 있었다면 밝히는것이 맞는것이고 그것의 언론이 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리문제는 제쳐두고 연구성과를 부정하려고 했다면 정말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비판이
이루어져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PD수첩에서 했던 검증 방법은 문제가 많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샘플의손상이나 비교대상의 부적절함 등 자체적으로도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텐데도 윤리문제 이외에 연구성과부분에 대해서 방영한 것은 정말 잘못
된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이언스지가 검증도 안하고 논문을 게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도 황우석열풍에 미친 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우석교수가 잘못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빨리 어떤 식으로든 황우석교수의 연구성과가 검증되었으면 합니다.
제 걱정은 지금 연구의지를 잃어버린 황우석교수가 과연 다시 줄기세표연구에 얼마나
매진할 수 있을까 하는겁니다. 황우석교수의 연구성과가 진실로 판정되고 황우석교수가
더이상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될거 같습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05-12-10 04:39 X
박정진님께 무슨 반박을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모르고 계시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1. 검증은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이틀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황교수도 오래 걸리니까 검증할 수 없다고 한 적 없습니다. 검증이 아직 안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황교수팀에서 줄기세포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 PD수첩의 한학수 PD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이번 2005년 연구결과에 대해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이언스가 검증을 했다는 주장은 황교수팀만이 했을 뿐, 사이언스 스스로도 여러번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검증을 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3. 황교수팀은 논문작성과정에서조차 공식적 검증을 하지 않았습니다. 공신력있는 국과수에서 검증받았다는 황교수의 말과는 달리, 친분이 있는 국과수 지방 분원의 연구원에게 세포가 아닌 DNA만을 보내어 '검증'을 했고(줄기세포의 DNA라는 것도 숨겼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이 며칠전에야 알려져서 해당 국과수 연구원이 징계절차에 들어가있다는 사실은 이미 보도된 바 있습니다.

4. '검증 절차는 필요없다', '검증은 이미 되었다', '검증할 수 없다'는 등 검증에 부정적인 주장들은 모두 황우석교수팀에서 나온 말입니다. 다른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황우석교수에게 우호적인 학자들의 글에서조차 검증을 부정하는 말을 보지 못했습니다.

5. PD수첩의 검증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오직 황교수팀만이 했고, 다른 어떤 전문가도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PD수첩의 검증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한 익명의 전문가는 여럿 있고, 그중에는 DNA 검증을 밥벌이로 하는 바이오벤처의 연구원도 있었고 다른 석박사도 여럿이었습니다.

6. 최고의 석학의 연구 결과를 그냥 일반 석박사들이 검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아예 논할 거리가 못됩니다. 황교수의 논문은 '이론의 논문'이 아니라 '결과의 논문'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론의 결과를 만들어냈고(2004년 논문), 다시 그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인(2005년 논문) 것입니다. MS윈도우를 직접 못만드는 개발자는 윈도우의 버그도 못찾습니까.

더 주목받고 싶지 않아서 리플이 아닌 의견쓰기로 썼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누구에게든 반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서 반박할, 그런 적은 우리나라 안에는 없습니다. 모두 같은 국민이고 모두 애국심으로 논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애국심이 공정한 눈을 가리게 되면, 그 결과는 국익과는 정반대로 치닫게 됩니다. 저는 그게 우려스럽습니다.
델파이날개 [wingofdelphi]   2005-12-10 15:10 X

http://blog.daum.net/dontstopgo/5520625?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봅시다. 어느쪽의 말이 진실이 되든, 어느쪽의 말도 진실이 아니든 다 좋습니다 만, 둘다 맞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의 중대성을 두고 볼때, 어느 한쪽의 치명타는 피할 수 없는일 같습니다.

박지훈님의 1,2,3,4,5,6 번 주장 모두 오류 투성이 입니다.

우리가 맞이한 이 사태가, 고질적인 "유.대.놈"들의 잔대가리와 그들의 이익 챙기기에 간도 쓸개도 모두 내어주고 빈껍데기만 남은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05-12-10 16:45 X
물론 저도 섀튼박사에 대해서도 알아볼 만큼 알아봤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논란 관련의 거의 모든 글들을 다 뒤져봤습니다. 블로그 등에서 조금이라도 일리가 있는 말은 여기저기 펌질되어 있어서 두세번씩 읽은 것도 많습니다. 말씀해주신 글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거의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황우석교수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섀튼에 대해서는 동일한 시각인 듯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황교수가 섀튼에게 이용당했습니다. 단물 다 뽑아먹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그리고, 황교수팀도 섀튼을 충분히 이용해먹었습니다. 그건 인용하신 블로그 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지요? 결국 형제 어쩌구 하는 것은 처음부터 쇼였고, 섀튼이나 황교수팀이나 서로 꿍꿍이는 따로 있어서 만난 것이고 충분히 윈윈했습니다. 황교수는 섀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무명에서 일약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을 받았고, 섀튼은 별로 한일도 없이 논문에 이름을 올린 데다가 최고 기술의 연구원도 제공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윈윈관계는 피디수첩의 보도가 시작되면서 하루아침에 깨져버렸고, 섀튼으로서는 나름대로 최고의 기회를 활용해먹은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섀튼이 아니라 황우석교수입니다. 섀튼이 나쁜놈이건 말건 그건 PD수첩이 취재하면서 협박했다는 사실처럼, 역시 중요한 사실이긴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황교수입니다. 섀튼이 나쁜놈이라는 사실은 황우석교수의 조작 의혹이라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05-12-10 18:11 X
박정진.바보 [reilover]   2005-12-10 22:20 X
사이언스지도 제3의 기관에 검증할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는군요.
잘됐습니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팀에서 검증은 새로 발표될 논문을
통해서 할거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미국(어디였더라..치매인가?ㅠㅠ)에서
데이터를 가지고있기 때문에 거기에서도 검증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사람들끼리 더 이사 열올리면서 소모적인 토론(?)을 끝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빨리 검증이 되서 황우석교수가 정말 희대의 사기극을 펼친것인지 아니면
새튼박사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인지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civilian,안영제 [civilian]   2005-12-11 03:09 X
인터넷에 떠도는 하나의 글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을 차근히 읽어보시라고 충고해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를 딱히 지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박지훈.임프 [cbuilder]   2005-12-12 03:02 X
지지 여론이 압도적인 상태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마치 그 의혹 자체가 범죄 확신처럼 느껴지는 일이 흔한 세상입니다.
그런 것을 흑백논리라고 합니다. 의혹은 그냥 의혹입니다. 범죄 수사와 비교하자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확증이 아니라 의혹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확증이 있다면 바로 기소부터 하지 왜 수사는 필요하겠습니까.

황교수에게 제기된 것도 범죄증거가 아니라 의혹입니다. 턱도 없는 의혹이 아니라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의혹이기 때문에 검증의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일반 국민들이 논란에 끼어들어 상황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의혹과 비슷한 정도의 말만 꺼내는 사람들에게도 매국노라는 집중 공격과 저주를 퍼부었고,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살해 위협도 흔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들에게까지도 말입니다.

황교수의 업적, 설사 2005년 논문이 완전히 날조라고 하더라도 의심을 전혀 받고 있지 않은 2004년 논문만 하더라도 대단한 일입니다. 진실 혹은 거짓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상관없이 여전히 그의 업적은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보여온 대단한 정치적인 수완들(오늘의 '황우석죽이기'라는 고도의 정치적인 수사까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와 업적은 그대로 인정합니다. 정치력이 뛰어나고 언론을 잘 갖고 노는 것이 능력이면 능력이지 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뿌연 안개속같은 상황에서, 제 생각이 오류일 가능성과 온갖 위협의 가능성까지 감수하고라도 한마디 써야겠다고 제 자신을 압박했던 것은, 비슷한 정도도 아니고 거의 완벽한 마녀사냥이었던 바로 며칠전까지의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90% 이상이 황우석교수를 지지한다는 통계가 나와있었고, 그렇다면 의혹을 가지고 있었던 나머지 10%는 당연히 황우석교수를 미워하는 놈이고 따라서 매국노라는, 그런 인식이 팽배해있었습니다.

의혹은 해소되어야 한다는 기사마다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이라느니 살해하겠다느니 하는 댓글들이 많게는 수백개씩이나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인다느니 하는 극도의 표현을 쓰지 않은 다른 댓글들도 이성을 상실해보이는 내용이 다수였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황교수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앞뒤 생각않는 일방적인 맹신의 릴레이를 보면서 저는 정신까지 아뜩했습니다. 그 일방적인 믿음에는 황교수가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믿음직한 미소와 자신에 찬 확언 외에는 어떤 다른 근거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다른 전문가가 황교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준 적도 없었습니다. 근거가 없는 믿음을 맹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의혹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는 것이 건전한 과학계의 관행인데도 타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소수 전문가들에 대한 압도적 다수 비전문가들의 일방적인 공격은 검증에 대한 가능성 자체를 지우려고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성숙한 사회입니까. 이것이 자랑스러운 조국입니까.

그래서 90% 이상의 국민들이 동참한 그 현기증나는 마녀사냥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황교수를 빛나는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싶은 음흉한 음모론 제기가 아니었습니다. 의혹론을 제기했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했을 겁니다. 지금이건 나중 언제이건 의혹은 진실 혹은 거짓으로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오랫동안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지 말고 지금 깨끗이 밝혀버리자는 겁니다. (오늘 황교수팀에서는 황교수의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황우석 죽이기'라고 발표하더군요)

정말 우여곡절 끝에, 끝까지 온갖 이유를 대며 버티던 그가 드디어 검증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러 온라인 설문조사들에서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0~40%를 오갑니다. 90%를 넘어가던 압도적인 황우석옹호론에 비하면 상황의 흐름은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제 머리속에는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시나리오가 그려집니다. 만약 황교수의 논문이 완전히 날조이거나 과도한 과장이었다고 결론이 나면 혹시 황교수팀, 혹은 그 팀의 다른 연구원들에게 매국노라느니 죽이겠다느니 하지 않을까. 반대로 논문이 거의 완벽한 사실로 결론이 날 경우 의혹을 제기했던 모든 놈들은 역시 죽일놈이 맞으니 체포조를 결성하자느니 그런 말들이 나오지 않을까.
ayh [h1800]   2005-12-13 15:54 X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든 대다수의 국민들이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취재원을 협박하는 기자들이나 그런다고 방송사 하나를 아예 매장시키겠다고 하는 국민들이나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우리가 정말 쉽게 얘기하는 민주적인 방식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논란이 되는 해당 프로그램 및 방송사에 대해 보도하는 다른 몇몇 언론사들의 자세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맘에 들지 않고 말입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05-12-16 04:34 X
지금으로선... 그저 착잡할 뿐입니다... 줄기세포가 아예 없다니...
강교수가 세포 녹이고 있다 어쩐다 하는 걸 보니 변명을 아주 포기한 건 아닌듯 싶지만..
의혹을 가졌던 입장으로서도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서울대 의대부학장인가 하는 교수... KBS 인터뷰에서 큰소리치더군요...
자기가 올 초부터 황교수 논문에 문제있다고 떠들고 다녔다고.. 그놈 뿐만이 아닙니다. 이놈 저놈 다 나서서 이제서야 근엄하게 폼잡고 한마디씩 하는군요. 구역질이 납니다. 젊은 석박사들이 익명으로라도 용감하게 의혹을 제기할 때 말렸던 놈들이...

언론들은 더하는군요. 대세가 기울었다 싶으니까 그야말로 잽싸게 황우석 비난쪽으로 돌아선 조선일보.. 아직도 미련을 못버린 YTN은 정말 꼴값... 아니 MBC도, 아까 피디수첩 보니까 뭐 세번이나 사과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단서를 달아가며 사과를 하는 것이.. 정말 뉘우친다는 느낌이 전달되지는 않더군요.

노성일도... 전부터 감은 잡고 있었다고 하는데... 섀튼보다도 더 약삭빠르게 빠져버린 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아까 한겨레에 특종 기사가 뜰 때.. 노성일이가 한겨레 기자에게 특종 기사 준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정황이 보이더군요. 그나마 며칠전에 눈치채고 연구팀에서 조용히 빠져버렸다는 안규리가 나은 듯...

아니지요.. 누구 욕할 때도 아니고.. 이제 한시라도 빨리 수습을 해야 합니다.
서울대는 인선이고 머고 미루고 자시고 없이 당장 DNA 검증해서 결과 발표해야 합니다. 노성일이 폭탄선언을 한 후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식적인 검증은 아직 안나왔으니까 서울대를 위해서는 아주 늦은 건 아닙니다. 이미 피츠버그대에서는 내부 결론을 낸 상태라고 하는데.. 좀 얍삽해도 서울대가 먼저 자체 검증했다고 발표라도 해야 서울대가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세울 수 있습니다. 서울대 미운점이 많기는 해도 명색이 우리나라 넘버원인데, 서울대 체면이 땅에 떨어지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제발... 의혹을 제기했던 분들이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기사 댓글들을 보니... 적지 않은 분들이 쿠데타 점령군같은 행세를 하고 있군요.. 그런 분들에겐 이런 참혹한 상황이 자축할 만한 정국으로 느껴지는지..

그래도 위안삼을 것은 조금이나마 있습니다.
더 오랫동안 묻혀져서, 누가 말했듯이 "논문돌려막기"가 더 오랫동안 진행되어서 도저히 수습이 안될만큼 어마어마한 사기극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황교수의 이전 연구성과도 그 연장선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떻든 더 늦은 것보다는 나은 결말입니다.

또, 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과학계의 한칼하는 주류 과학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숱한 욕을 먹으면서도 진실을 밝히는 데 주역을 맡았던 사람들도 역시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었다는 겁니다. 만약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태는 언론에서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데도 국가적으로 나서서 그 언론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외국에 의해 밝혀지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최악의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우리 과학이 지금은 한발 물러서더라도 앞으로 언젠가는 이 실수를 몇배로 만회할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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