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uilder  |  Delphi  |  FireMonkey  |  C/C++  |  Free Pascal  |  Firebird
볼랜드포럼 BorlandForum
 경고! 게시물 작성자의 사전 허락없는 메일주소 추출행위 절대 금지
분야별 포럼
C++빌더
델파이
파이어몽키
C/C++
프리파스칼
파이어버드
볼랜드포럼 홈
헤드라인 뉴스
IT 뉴스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해피 브레이크
공동 프로젝트
구인/구직
회원 장터
건의사항
운영진 게시판
회원 메뉴
북마크
볼랜드포럼 광고 모집

자유게시판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7961] 저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871 읽음    2003-10-19 11:14
자중하고 있는 중인데... --;;
사안이 심각하기도 하고, 저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뭐 좀 써보지요.

물론 저도 추가 파병에 반대합니다. 명백히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한 것입니다.
지난 1차 파병으로 간 서희, 제마부대의 경우도 전투병보다야 낫지만 분명히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의 정당성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보태준 결과니까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실이 그렇게 명분과 정의를 100% 찾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극단적인 파병
반대론자들은 거리낌없이 추가 파병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은 미미하다, 북핵 문제와의
연관성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아마 파병을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은 그렇게 장담하는 것처럼
미미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추가 파병이 논의되던 초기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조차도 아주 일부를 제외하면
이라크 파병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은 14% 정도였던가요?
찬성하는 분들의 나머지는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에
찬성하는 것입니다.

한달쯤 전이었던가, MBC 100분토론에 파병찬성론자로 나왔던 "민간연구기관"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아줌마는 앞뒤도 안맞고 사리와 논리도 엉터리로 방송 시간 내내 마이크를 독차지하고 혼자
부득부득 우겨대고 MBC의 게시판과 자기 개인 홈페이지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는데.. 하루였던가 이틀 후에
KBS 백인토론에 또 나왔더군요. 역시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부인하는 억지 주장들로 토론장을 엉망으로 만들었죠.
재미있는 것은, 그 아줌마 한사람이 거의 토론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는데도 불구하고, 토론 시작때 했던
해당 프로그램의 찬반 투표에서의 반대표가, 토론이 끝날 때는 훨씬 더 올라갔다는 겁니다.
그 아줌마의 억지스러운 주장을 듣고 보니 파병 반대가 더 많아진 거죠.

파병 문제에 있어서, 찬성하는 측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으로부터의 불이익일 것입니다.
또 파병을 찬성하는 측의 가장 큰 요인은 명분과 정의일 것입니다.
정책 결정권자로서 대통령은 이 두가지 양 극단의 가운데에서 적절히 처신을 해야 합니다. 양쪽 찬반이 워낙
거세고, 또 어느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그 여파가 두고두고 우리나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므로
노무현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었더라도 가능하면 어느정도 양쪽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으려
고민했을 것입니다.


오늘 발표된 파병결의안을 보면, 1항에서 추가 파병을 '원칙적으로' 결정했다고 하며, 부대의 성격은 미국의
요구를 고려하되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전투병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죠.

물론, 발표된 내용을 나쁘게 바라보면, 당장 전투병을 파병하겠다고 하면 반대가 더 심할 것이므로 부대의
성격은 추후 정하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투병을 파병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는 또 이상한 점이 있지요.

국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했을텐데 왜 지금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필 안보리에 상정된 파병동의안이 가결된 직후에 파병 결정을 발표하다니, 발빠르게 미국의 심기를 맞춰준
듯한 느낌이 들죠. 이래서는 어차피 파병을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반발을 더욱 집중적으로 받으려
자초한 꼴 아닙니까.

또, 발표문의 3항에서 이라크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2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되어있는데, 이미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도 국민들의 반대를 고려해 전투병 여부를 고의적으로 밝히지 않은 발표였다면,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미리 발표할 필요가 없었거나 최소한 구체적인 액수까지는 밝힐 필요가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처음 추가 파병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저는 현시점에서 가장 타협적인 대안은 비전투병 파병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극단적으로 파병에 반대하는 분들은 추가 파병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으로부터 받게 되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번 이라크 조사단에서 유일하게 파병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어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었던
교수님도 역시 국제 정세상 추가 파병이 불가피할 경우 비전투병 파병을 권한다고 보고서에 썼죠.

물론 비전투병조차도 보내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1차로 파견된 서희, 제마부대의 경우도 현지인들을 위한
인도적인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그 원래의 책임을 미국이 져야 하는 것을 떠맡은 것이며, 비전투병이라고 해도
국제사회에서 미영 침략군의 명분 쌓기에 악용될 여지가 많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전투병조차도 파병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생각해볼 때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저는 발표문 문구 그대로, 파병한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각도로, 미국의 현재 입장을 비추어 생각해보지요.
안보리의 파병동의안이 결정된 직후에 파병 발표를 한 데 대해,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어차피 파병을 할 거라면
미국에게 가장 도움이 될 때 파병하자는 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노대통령을 믿는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추가 파병 자체가 아니라 "추가 파병에 대한 공식 발표"를 가지고
부시 행정부와 협상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미국은 안팎으로 엄청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태이죠. 일단 불법적인 침략이고 점령이라는
국제 여론에 밀리고 있으며, 안보리에서 동의안을 얻어내기 위해서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저항을
받는 바람에 여러차례 이미 상정했던 동의안을 수정해서 재상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국내에서는
그동안 반테러 정국이 계속되면서 숨을 죽였던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이라크 상황과 재정적 파탄을 이유로
부시 행정부를 맹비난하고 있죠. 또 미 국방부 기관지에서조차 인정할 정도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은 사기가
폭락한 상태라고요.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들 중 반 가까이가 돌아가면 직업을 바꾸겠다고 했다는군요.
유일한 희소식이라면 터키가 파병 결정을 발표한 것이지만, 이 또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IMF를 통해서 엄청난
압박을 가해서 국가 파산 상태로 몰아놓고 금융 지원을 미끼로 얻어낸 억지스러운 지원인데다가, 민주당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는 완전히 진퇴양난에 빠져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는
상태죠. 자존심을 꺾고 안보리 동의안을 수차례 수정해서 재상정할 정도면 미국이 동의안에 걸었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동의안이 발표된지 몇시간만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 파병 요청국중 하나였던 파키스탄이
파병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정말 어렵게 얻어낸 동의안의 효과가 폭삭 주저앉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머리를 굴리고 협상하느냐에 따라서, "파병 발표" 자체가 미국과의 협상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투병을 파병하느냐 마느냐와는 별개로, 일단 내용은 없이 껍데기만이라도 지원해주겠다는 국제적인
발표만이라도 막다른 골목에 몰린 미국 행정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저는 전투병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과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급한 총체적 난국에 몰려있는 부시의 입장에서는 전투병 파병 여부와는 별개로 파병 발표만이라도 먼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미국으로서도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인해 파병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죠. 따라서 원래는 파병 자체로 압박을 하다가 더욱 악화되는 한국내 상황에 비관적이 된
미국의 입장이라면, 전투병 여부에 관련 없이 빈껍데기 발표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겁니다.

APEC 회의에서 부시를 만난다고 하지요. 사실 노-부시 사이에 협의할 내용은 이미 양쪽 외교라인에서 거의 맥락을
잡은 상태일 겁니다. 물론 나쁘게 생각하면 노대통령이 부시를 만나러 가면서 선물로 파병 발표를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있지요. 전투병 파병은 피하면서도 최대의 실리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의 밑천으로
준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의문점. 이번 파병 발표가 더욱 비난을 받는 이유는, 각 정당에 비밀리에 결정 사항을 통보해놓고 대국민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가 누설(?)했죠.
그럼, 노대통령이 최병렬 대표를 너무나 믿어서 누설을 안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알려준 것일까요.
파병 결정 사실이 미리 통보되는 바람에 노대통령은 지금 국민을 우롱한 셈이 되어버렸죠.

또 한가지. 이번 발표에 노대통령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죠. 노대통령은 이전, 이후로
아무런 언급도 흔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APEC 회의차 출국합니다. 그냥 대책 없이 너무 면목없어서
스스로 얼굴을 내밀지 않고 출국날짜에 맞추어서 발표를 대독시킨 것일까요.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을 때, 아무도 그 선언이 어떤 의도였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노대통령이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찾게 되었고 반대로 압도적인 공격수였던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수세에 몰렸습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노대통령의 원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며칠 사이에 상황이 급변하여
결과적으로 진퇴양난의 황당한 꼴에 처해버렸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지도 못하고요. 한나라당의 최종 입장을 보면 국민투표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말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제 오늘 사이에 한나라당에서 나온 말들을 보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예전같은 기세등등한 비난을 하지 못하는 상태죠.

파병에 대한 원론만을 발표했을 뿐인데, 언론들의 발빠른 행보가 놀랍습니다. 발표 전부터 언론사들은 각자
현실적으로 파병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예상을 했다는 듯이 말이죠. 벌써 각 언론에서는 발표 내용 이상의
온갖 시나리오가 다 나오고 있더군요. 파병할 병력이 전투병인 것은 기본이고, 다국적군 구성될 것이 확실시된다,
병력은 얼마나 될 것이다, 또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 것이다 등등.

그만큼 우리 국민들과 언론은 권력을 믿지 않습니다. 권력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는 데 익숙해서일까요.
조중동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대통령에 비교적 우호적인 한겨레나 프레시안, 오마이뉴스까지 모두 이미
'배신'을 단정하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원론일 뿐이라고 말하는 발표 내용에 믿어줄 일말의 가능성은 모두
무시해도 좋은 걸까요. 비난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전 노무현을 믿습니다. 인간적으로 믿습니다. 어떻게 노무현을 아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친구를 믿듯이, 제 가족을 믿듯이, 그렇게 믿습니다. 설사 전투병 파병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누가 찾아와서 제 아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아내를
믿듯이, 또 설사 아내가 스스로 시인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거라고 믿듯이, 그렇게
믿습니다. 저는 노무현의 정책을 믿고 노무현에게 표를 준 것이 아닙니다. 노무현의 인간 됨됨이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믿음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 -

관련 글 리스트
7956 임프님 - [파병반대] 합니다. avec.vous 1005 2003/10/18
7961     저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박지훈.임프 871 2003/10/19
7964         Re:저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avec.vous 853 2003/10/19
7965             현실을 직시하셔야죠 조해진 893 2003/10/19
7967                 Re:현실을 직시하셔야죠 avec.vous 846 2003/10/20
7968                     Re:Re:저도 파병에 반대합니다 청학 708 2003/10/20
7971                         Re:Re:Re:저도 파병에 반대합니다 Dante H 727 2003/10/20
7972                             Re:Re:Re:Re:저도 파병에 반대합니다 청학 879 2003/10/20
Google
Copyright © 1999-2015, borlandforum.com. All right reserved.